이미지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이미지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2009년, 미술계를 뒤흔든 짧은 에세이 한 편이 등장했다. 제목은 「가난한 이미지를 옹호하며(In Defense of the Poor Image)」. 저해상도의, 압축되고, 복제되고, 불법 다운로드되고, 워터마크가 박힌 채 인터넷을 떠도는 그 '질 낮은' 이미지들—우리가 매일 스크롤하며 지나치는 바로 그 이미지들이 실은 이 시대의 가장 정직한 얼굴이라고, 이 에세이는 선언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히토 슈타이얼. 그리고 그는 에세이를 쓰는 동시에 틈틈이 비디오 작품도 만들고 있었다. 작가이자, 철학자이자, 영화 감독이자, 교수이자, 미술계에서 가장 명료한 목소리로 디지털 권력을 해부하는 비평가. 현대미술에서 '에세이 필름(essay film)'을 하나의 장르로 정립한 인물이다.
독일과 일본, 철학과 영화 사이에서
히토 슈타이얼은 1966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일본인 생화학자, 아버지는 독일인 물리학자였다. 과학의 언어와 두 문화의 경계가 그의 유년을 가로질렀고, 이 경험은 훗날 그의 작업이 어째서 그토록 '국경을 넘나드는 이미지'에 집착하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학력은 독특하다. 일본 영화학교(Japan Institute of the Moving Image)에서 수학한 뒤 뮌헨 영상·영화대학을 거쳤고, 빈 미술아카데미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로 출발해 철학으로 단단히 뿌리내린, 드문 조합이다. 2024년까지 베를린예술대학(UdK)에서 뉴미디어 예술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뮌헨 미술아카데미에서 '동시대 디지털 미디어'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가 만든 '프록시 정치 연구센터(Research Center for Proxy Politics)'는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베라 톨만, 보아즈 레빈과 함께 공동 설립한 연구 플랫폼으로, 디지털 시대의 권력과 대리(proxy) 구조를 미술의 언어로 추적해왔다.
'에세이 필름'이라는 방법론
슈타이얼의 작업을 단순히 '비디오 아트'라고 부르기는 부족하다. 그가 개척한 형식은 보다 정확하게 에세이 필름이다. 다큐멘터리의 진실 주장, 픽션의 상상력, 학술 논문의 논증, 유튜브 튜토리얼의 경쾌함, 정치적 선언문의 긴급함—이 모든 것이 한 화면 위에서 뒤엉킨다. 그는 내레이션으로 이론을 풀어내고, 인터넷에서 찾은 '레디메이드' 이미지를 잘라 붙이며, 종종 자기 자신이 화면 안에 출연해 농담을 던진다.
그 중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이미지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누가 찍고, 누가 유통하고, 누가 소비하며, 그 과정에서 누가 보이지 않게 되는가. 드론의 눈, CCTV의 눈, 알고리즘의 눈, 이미지 생성 AI의 눈—이 수많은 '비인간의 시선'이 만든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자리에 서 있는가.
그의 작업에는 늘 날카로운 유머가 섞여 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는 지루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론가이자 광대, 이것이 그의 독특한 자리다.
꼭 알아야 할 작업들
〈In Free Fall〉, 2010 — 한 대의 비행기가 겪은 일생
이스라엘 군용기로 쓰였다가,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의 폭파 장면을 위해 파괴되었고, 그 잔해가 재활용되어 이 영화의 DVD가 만들어졌다. 슈타이얼은 단 한 대의 보잉 707이 거쳐간 경로를 따라가며, 군사·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한 몸처럼 얽혀 있는지를 폭로한다. 한 대의 비행기가 세계 체제의 축소판이 된다.
〈How Not to Be Seen: A Fucking Didactic Educational .MOV File〉, 2013 — 감시 시대의 생존 가이드
해상도, 픽셀, 카메라의 사각지대 같은 디지털 이미지의 기술적 요소를 비틀어, **디지털 감시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을 짐짓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튜토리얼 비디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공개되었고, 슈타이얼을 세계적 아이콘으로 만든 작품이다. 2010년대 이후 감시·드론·얼굴인식 담론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인용되는 레퍼런스가 되었다.
〈Liquidity Inc.〉, 2015 — 물처럼 흐르는 자본
서브프라임 위기로 직장을 잃은 금융 분석가가 격투기 선수로 전업하는 실제 이야기를 따라가며, 액체화된 금융자본과 액체화된 삶을 병치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파도와 물의 이미지가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겹쳐진다.
〈Mechanical Kurds〉, 2025 — AI 뒤에 숨겨진 노동
최근작. AI를 '돌리는' 것이 실은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인간 노동 위에 서 있는지를 파헤친다. 쿠르드족 노동자들이 AI 훈련 데이터 라벨링에 종사하는 현실을 통해, '자동화'라는 환상 뒤에 존재하는 디지털 프롤레타리아를 드러낸다. 제목 자체가 19세기 '기계 투르크인(Mechanical Turk)' — 인간이 안에 숨어 있는 가짜 자동 체스 기계 — 에 대한 예리한 패러프레이즈다.
한국에서의 기억: MMCA 서울 〈데이터의 바다〉 (2022)
한국 관객에게 슈타이얼은 이미 2022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는 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었다.
1994년 초기작 〈독일과 정체성〉부터 1998년 〈텅 빈 중심〉 같은 다큐멘터리 에세이, 그리고 2010년대 이후의 디지털 기술·AI·로봇공학을 탐구한 신작까지 23점이 선보였다. 특히 MMCA가 의뢰한 신작 〈Animal Spirits〉(2022)가 처음 공개된 전시로 기억된다. 전시 제목은 그의 2016년 에세이 「데이터의 바다: 아포페니아와 패턴 (오)인식」에서 따온 것으로, 알고리즘이 어떻게 현실을 새로 편집하는지를 다룬다.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슈타이얼의 이름이 단순한 '해외 거장'을 넘어 2010년대 이후 디지털 비평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로 각인된 시간이었다.
지금, 밀라노: 〈The Island〉 (2025–2026)
그리고 지금, 그의 가장 최근 대작이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히토 슈타이얼 — The Island〉 (밀라노 프라다 재단 Osservatorio, 2025.12.4 ~ 2026.10.30). 장기간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장소부터 예사롭지 않다. 밀라노의 그 유명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상층부에 위치한 프라다 재단 전시 공간. 쇼핑 아케이드의 대성당 같은 돔 아래에서, 슈타이얼은 AI 시대의 권위주의, 기후 위기, 과학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하나의 거대한 영상 설치로 엮어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이번에 택한 방법이다. 그는 미래로 달려가지 않고 과거로 깊이 들어간다. 1930년대 공상과학 영웅 '플래시 고든'을 새로운 주연으로 세우고(독일 배우 마르크 바슈케가 연기한다), 홍수라는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불러내며, "과거에서 미래를 구할 레시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제안한다. AI의 과잉 생산된 이미지를 풍자하며, 그는 "이른바 AI(so-called AI)"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지금 일어나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훈련 데이터의 대량 재가공에 가깝다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이 전시를 두고 "AI 슬롭(slop)과 디지털 개인주의에 대한 슈타이얼의 가장 강렬한 반격"이라고 평했다. 이미지가 무한히 복제되고, 가짜가 진실을 덮고, AI가 정치를 삼키는 시대에, 그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누가 이 이미지를 만들었는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가?
글을 마치며: 이미지를 의심하는 법
슈타이얼의 작업이 지난 20년간 미술계를 넘어서까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질문이 우리 모두의 일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할 때, 뉴스 영상 속 드론 이미지를 볼 때, ChatGPT가 만들어준 이미지를 다운로드할 때—그 모든 순간에 슈타이얼이 수십 년째 추적해온 질문들이 작동하고 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그는 확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지를 조금 더 의심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의심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예술의 쓸모일지 모른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