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질문들

 

문경원 & 전준호: 미지에서 온 질문들

문경원과 전준호 

문경원(1969년생)과 전준호(1969년생)는 2009년부터 듀오로 활동해 온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협업 작가다. 각자 독립된 작가로도 작업하지만, 두 이름이 나란히 놓일 때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언제나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는 규모와 질문을 담아낸다.

문경원은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칼아츠(CalArts)에서 수학한 뒤 연세대 영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준호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서울과 부산,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각자 작업하다가 프로젝트마다 만나는 방식 — 두 작가는 이 물리적 거리가 10년 넘은 협업을 지속시켜 온 일종의 완충재였다고 말한다. 의견이 충돌할 때 거리와 시간이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대표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 (News from Nowhere)〉

두 작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이다. 제목은 19세기 영국의 사상가이자 소설가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동명 소설에서 가져왔다. 모리스의 원작이 19세기 자본주의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이었다면, 문경원·전준호의 〈미지에서 온 소식〉은 그것을 후기-종말적(post-apocalyptic) 상상 속에 다시 세운다. 재난 이후의 세계, 그곳에서 되묻는 예술의 역할이 프로젝트의 중심축이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디자인, 과학, 철학, 경제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의 다학제적 협업을 통해 영상, 설치, 아카이브, 출판물, 워크숍, 토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확장된다. 2012년 독일 카셀 도쿠멘타(dOCUMENTA 13)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14년째 진행 중인 현재진행형 시리즈다.



주요 연작들

〈축지법과 비행술 (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 (2015)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2채널 영상 작품. 한국적 판타지의 수사와 종말 이후의 풍경이 교차하는 대표작이다.

〈자유의 마을 (Freedom Village)〉 (2021)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발표. 남한에서 유일하게 DMZ 안에 위치한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소재로, 다채널 영상, 아카이브, 대규모 회화,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제어되는 전시환경까지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이다.

〈이클립스 (Eclipse)〉 (2021–2022)

2022년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2023년 '아트 바젤 인 바젤'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에 초청되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배우 류준열이 출연한 17분 16초 분량의 영상 설치.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한 남자가 폭풍의 밤과 잔잔한 아침 사이를 오가며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투쟁하는 이야기다. 인간 존재를 옥죄는 속박과 경계, 제도로부터 벗어나 근원적 자유로 향하려는 의지가 스크린 너머 LED 조명과 사운드 설계를 통해 공간 전체로 번진다.

〈서울 웨더 스테이션〉 (2022)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 기후위기를 비인간(non-human)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기상관측소'로 전시장을 재구성했다. 신작 〈불 피우기〉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Spot) 로봇이 관객을 안내하는 몰입형 설치로, 작품 속에서 관객은 인간이 아닌 로봇의 시선을 따라 미지의 세계를 체험한다. 병행된 플랫폼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은 이산화탄소 문제를 둘러싼 토크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었다.

〈웨더 스테이션〉 베이징 (2024–2025)

2024년 5월부터 2025년 2월 9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에서 개최. 서울 웨더 스테이션 프로젝트의 중국 연장선으로, 〈이클립스〉와 〈불 피우기〉, 〈모바일 아고라〉가 함께 선보여졌다.



질문의 자리

문경원·전준호의 작업이 던지는 질문은 일관되다.

자본주의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위기 같은 인류적 파국 앞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두 작가는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구조물로 세운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완성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어 놓은 실험실 혹은 사유의 시뮬레이터 안에 놓인다. 그들이 재현하는 미래는 먼 곳의 공상이 아니라 지금의 재난과 위기를 거울처럼 비추는 현재의 상징적 반영이다.



글을 마치며

문경원·전준호의 이력을 따라 적다 보면 한 가지 감각이 남는다. 이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국제 무대의 한국 작가'가 아니라 '국제 담론 안의 작가'로 옮겨놓았다는 것. 카셀 도쿠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테이트 리버풀,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에 이르는 이력은 그 자체로 한국 미술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궤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궤도보다 오래 남는 것은 두 작가가 일관되게 고집해 온 질문일 것이다. 파국 이후에도 예술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미지는 먼 곳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건너고 있는 오늘이다. 두 작가의 소식이 계속 도착할 때마다, 그 편지는 수신자 없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온 질문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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